순간 기록하다
책에서 본 인상적인 시들
뭄
2015. 12. 1. 21:51
서두르지 마라, 슈와프
경험이 풍부한 노인은
곤란한 일에 부딪혔을 때,
서두르지 말고
내일까지 기다리라고 말한다.
사실, 하루가 지나면
좋은 나쁘든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노인은 시간의 비밀을 알고 있다.
사람의 힘으로는 해결 못할 일들을
시간이 해결해 주는 일들이 가끔 있다.
오늘 해결 못할 문제는
우선 푹 자고 일어나서
내일 다시 생각하는 것이 좋다.
곤란한 문제를
해결하려 서두르기 보다
한 걸음 물러서
조용히 응시하는 것이 현명하다.
빈 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